장마 소식에 한라산도 팔봉산도 불발!
오늘은 앞산을 걸었어요.
얇은 책 한 권과 물 한 병 메고
걷기 명상 시작~
그늘을 내어 준 나무 아래를
지나다보면 스르르 바람이
불고, 카카카캉 정체모를
새들의 노래가 반갑지요.
어느새 진초록이 되어
넓어진 나뭇잎들은 걸음을
더할수록 내내 침침했던
눈을 밝혀줍니다.
명의가 여기 숨어 있었네요.
오르는 내내 기도합니다.
가족 모두를 불러내어
이야기하지요. 간절함이
닿으면 이루어짐을 믿으며
나무가 틀어진 방향을 보고
비바람에 스스로를 지켜내기
위해 애쓴 고단함을 알고,
꽃 피기 전 붉어진 봉우리를
보면서 막바지 진통의
어려움을 가늠해 봅니다.
정상에 올라 들숨날숨으로
숨을 고른 뒤 내려오다보면
올라갈 때 못 보았던 개망초가
방긋 웃고 있지요.
오늘은,
수지맞은 날입니다.
빈손으로 올라 이 많은
가르침을 받았으니까요.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