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짓단을 꿰매다

바짓단을 꿰매다

어머니의  바짓단을 

꿰맸습니다. 

스스로 입을 수도 없는 

바지를.

 

걷지 못하는데 길이가 

무슨 소용 있을까만은 

젊은 날 옷에 까칠했던 

생각에, 눈을 가늘게 뜨고 

실에 침을 발라가며 

한 땀 한 땀 꿰맸습니다. 

쓸모 없는 것의 쓸모를 

기대하면서요.

 

솜씨가 좋아 평생을 

바느질로 사셨던 어머니는 

고르지 못한 딸의 솜씨를 

보고 뭐라고 하실까요. 

 

"에구 이게 뭐여 이게, 쯧쯧"

하며 눈웃음 짓고 실을 풀어 

다시 꿰매셨겠지요.

 

빨고 줄여서 산뜻한 냄새가

나는 바지 세 개를 자랑스럽게

내밀었습니다.

낮잠을 주무시다 나오셨는데

어쩐일인지 내 이름을 먼저 

부르십니다. 

아마도 보살펴 주는 분의 

선행학습이 있었나 봅니다.😁

기분이 좋았어요.

 

이제 우리들의 대화는

다만,

"엄마, 나 누구야?"가

전부니까요.

댓글13
  • agima55
    BEST
    사랑하는 사람들을 잊어가는  못된  치씨가
     얼마나  가족들을 아프게 하는지 격어본
    사람으로서  아픈 어머니  케어 과정을 
    이렇게  엄마의  바늘질과 연결해서 
    담담하게  표현하신게 더 애잔하네요~~~
  • 유리
    BEST
    긴 시간을 거쳐 웃는 것을 익히고 닦았습니다. 드디어 내가 웃자 나무들이 춤을 추었습니다. 
    아무리 두터운 어둠일지라도 내가 웃으면 그곳에 반짝이는 별이 생깁니다. 별은 공간을 빛으로 가득 채워 어둠을 소멸시켰습니다. 아. 내가 웃어야 별이 빛난다는 사실을 드디어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웃어야 별이 빛난다는 문장은 
    웃는 연습을 하다 보면 내가 웃는 사람이 되고, 내가 웃는 사람이 되면 
    관계하는 존재도 함께 웃는 존재가 된다는 뜻일 테다. 
    
    [더 열심히 웃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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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earless Ineffable Zachary
    BEST
    어머님을 케어하고 계시군요
    어쩐지 따뜻하고 보드라운 느낌을 글에서 많이 받았네요. 부모님께 잘하시니 이 땅에서 장수의 복을 주실 겁니다. 저도 시모님 바짓단을 줄여 드리곤 했는데 이젠 뵐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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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국
    눈물이 나네요.
    저도 조만간 엄마한테 묻게 될 말이네요.
    초기진단 받으셨는데. 마음이 좋지 않아요.
    잘 할 수 있을까 두렵기도 하구요.
    너무 잘하고 계시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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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ynamic Bountiful Joseph
    작성자
    수국님
    .....
    시간이 해결할텐데 우린
    시간의 몫을 자꾸 우리몫이라
    우기고 싶은 것 같아요.
    ......
    이쁜 수국님
    너무 빨리 지치지말고
    담담하게 
    잘 견뎌내보기로 해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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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두엄마
    조셉님, 제가 눈물이 핑 돌았어요.
    어머니 생각나서요.
    
    코로나 한창일 때,
    입원하시고 일년에 얼굴도 몇번 못 보면서
    이별을 준비하는 기도를 했던
    그조차도 그리워요.
    
    올여름, 가족들과 사진찍으며
    십년도 전에 물려주신 니트스커트 입고 찍었어요.
    식구들은 웬 치마를 입었나부다 했겠지만,
    전 행복하기도, 울컥하기도 했어요😊
    
    어머니의 딸, 조셉이예요.
    언제나 사랑하고 있어요.
    자주 얘기해드려주세요.
    두분의 마음에 늘 따뜻하게 자리하고 있을 거예요.
    사랑으로요♡
    
    20250904_101303.jpg_res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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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ynamic Bountiful Joseph
    작성자
    앗 실컷 썼는데 다 날아갔어요😭😭😭
    치과 다녀와서 재도전할게요.
    이젠 병원 순회가 일상이 
    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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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ynamic Bountiful Joseph
    작성자
    기억하고 있어요.
    코로나가 혹독하던 때 
    이별연습도 없이 황망히
    어머님을 떠나 보내셨음을.
    사랑이 깊은 분이시니
    막둥이의 애절함을 누구보다
    잘 아시겠지요. 지금 높은
    곳에서 그 무엇보다도 환하게 비춰주고 계실 거예요.
    
    어머니는 바느질을 잘해서
    옷을 사면 길이 폭 심지어는
    목둘레까지 고쳐 입으셨어요.
    그러던 분이 이젠 제가
    줄인 바지를 입으셔야 한다
    생각하니 안타까워요.
    
    사랑한다고 자꾸 자꾸
    얘기할게요.
    이 시간이 지나면 후회로
    남을테니요.
    
    까만니트스커트를 입은
    거울 앞의 저 단아하고
    어여쁜 사람은 누구일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