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짓단을 꿰매다

바짓단을 꿰매다

어머니의  바짓단을 

꿰맸습니다. 

스스로 입을 수도 없는 

바지를.

 

걷지 못하는데 길이가 

무슨 소용 있을까만은 

젊은 날 옷에 까칠했던 

생각에, 눈을 가늘게 뜨고 

실에 침을 발라가며 

한 땀 한 땀 꿰맸습니다. 

쓸모 없는 것의 쓸모를 

기대하면서요.

 

솜씨가 좋아 평생을 

바느질로 사셨던 어머니는 

고르지 못한 딸의 솜씨를 

보고 뭐라고 하실까요. 

 

"에구 이게 뭐여 이게, 쯧쯧"

하며 눈웃음 짓고 실을 풀어 

다시 꿰매셨겠지요.

 

빨고 줄여서 산뜻한 냄새가

나는 바지 세 개를 자랑스럽게

내밀었습니다.

낮잠을 주무시다 나오셨는데

어쩐일인지 내 이름을 먼저 

부르십니다. 

아마도 보살펴 주는 분의 

선행학습이 있었나 봅니다.😁

기분이 좋았어요.

 

이제 우리들의 대화는

다만,

"엄마, 나 누구야?"가

전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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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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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리
    긴 시간을 거쳐 웃는 것을 익히고 닦았습니다. 드디어 내가 웃자 나무들이 춤을 추었습니다. 
    아무리 두터운 어둠일지라도 내가 웃으면 그곳에 반짝이는 별이 생깁니다. 별은 공간을 빛으로 가득 채워 어둠을 소멸시켰습니다. 아. 내가 웃어야 별이 빛난다는 사실을 드디어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웃어야 별이 빛난다는 문장은 
    웃는 연습을 하다 보면 내가 웃는 사람이 되고, 내가 웃는 사람이 되면 
    관계하는 존재도 함께 웃는 존재가 된다는 뜻일 테다. 
    
    [더 열심히 웃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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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ynamic Bountiful Joseph
      작성자
      또 하나의 앤님
      
      웃어줘서 고마워요.
      별이 되어 주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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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earless Ineffable Zachary
    어머님을 케어하고 계시군요
    어쩐지 따뜻하고 보드라운 느낌을 글에서 많이 받았네요. 부모님께 잘하시니 이 땅에서 장수의 복을 주실 겁니다. 저도 시모님 바짓단을 줄여 드리곤 했는데 이젠 뵐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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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ynamic Bountiful Joseph
      작성자
      재커리님
      어머니께서는 치매로 요양원에 가신지 2년이 지났어요.
      이젠 하나씩 기억을 지워가고 계시죠. 가시는 길 무거울까봐
      정리하시는 가보다 싶다가도
      붙잡지 못함이 안타까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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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gima55
    사랑하는 사람들을 잊어가는  못된  치씨가
     얼마나  가족들을 아프게 하는지 격어본
    사람으로서  아픈 어머니  케어 과정을 
    이렇게  엄마의  바늘질과 연결해서 
    담담하게  표현하신게 더 애잔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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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ynamic Bountiful Joseph
      작성자
      글쎄 그게 참 그래요.
      
      누구나 그렇게 상실되어
      가는거지 싶다가도,
      인간의 마지막이 너무
      가혹한 거 아닌가 싶어
      서글퍼져요😭
      .....
      광고에 건뇌라는 말이
      있네요.
      건강한 뇌를 갖으라는
      말이더라고요. 
      몸도 마음도 건강 하도록,
      무엇보다 건뇌할 수 있도록
      매순간 즐겁게 지내야겠어요.
      
      여전히 현역이신 
      열정의 agima님~♡
      지금처럼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밤사이 기온이 급격히 
      내려가 내일부터는 많이
      추워진대요. 
      감기조심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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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gima55
      엄마  케어가  정말  힘들어지면
      엄마 꼭 안아주며  
      엄마 딸!  힘 들어요~
      
      하고  한바탕 울고나면
      저는  마음속 아픔과 슬픔이
      좀 가시는거 느껴서 
      참지만 말고,
      그렇다고 화를 낼수도 없어서
      이런식으로나마 해소 했는데
      
      나중에는
      아가!  울지마라~
      내가 먼저 
      꼭 껴안아 드렸는데
      엄마손이 본능적으로
      제 등을 토닥토닥~
      살알살  어루만져 주셨어요...
      
      절대  엄마앞에서 큰소리,
      화낸 얼굴 보이시면 안돼요 ㆍ
      너무  불안해하시거든요...😰
      
      세상에 안 계시니깐,
      못해 드린것만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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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ynamic Bountiful Joseph
      작성자
      아
      agima도 힘든 시간을
      보내셨군요.ㅜㅜ
      화내지 말라는 말씀 꼭
      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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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국
    눈물이 나네요.
    저도 조만간 엄마한테 묻게 될 말이네요.
    초기진단 받으셨는데. 마음이 좋지 않아요.
    잘 할 수 있을까 두렵기도 하구요.
    너무 잘하고 계시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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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두엄마
    조셉님, 제가 눈물이 핑 돌았어요.
    어머니 생각나서요.
    
    코로나 한창일 때,
    입원하시고 일년에 얼굴도 몇번 못 보면서
    이별을 준비하는 기도를 했던
    그조차도 그리워요.
    
    올여름, 가족들과 사진찍으며
    십년도 전에 물려주신 니트스커트 입고 찍었어요.
    식구들은 웬 치마를 입었나부다 했겠지만,
    전 행복하기도, 울컥하기도 했어요😊
    
    어머니의 딸, 조셉이예요.
    언제나 사랑하고 있어요.
    자주 얘기해드려주세요.
    두분의 마음에 늘 따뜻하게 자리하고 있을 거예요.
    사랑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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