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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고 있는 햇볕이 아깝다
ㅡ 정진규
놀고 있는 햇볕이 아깝다는 말씀을 아시는가
이것은 나락도 거두어 갈무리하고
고추도 말려서 장에 내고, 참깨도 털고,
겨우 한가해 지기 시작하던
늦가을 어느날
농사꾼 아우가 한 말이다.
어디 버릴 것이 있겠는가
열매 살려내는 햇볕,
그걸 버린다는 말씀이 당키나 한가
햇볕이 아깝다는 말씀은
끈임없이 무언갈 자꾸 살려내고 싶다는 말이다.
모든 게 다 쓸모가 있다.
버릴 것이 없다.
아 그러나 나는 버린다는 말씀을
비워낸다는 말씀을
겁도 없이 지껄이면서 여기까지 왔다.
욕심 버려야 보이지 않던 것
비로소 보인다고
안개 걷힌다고 지껄이면서 여기까지 왔다.
아니다, 욕심도 쓸모가 있다.
햇볕이 아깝다는 마음으로 보면 쓸모가 있다.
세상엔 지금 햇볕이 지천으로 놀고 있다.
햇볕이 아깝다는 뜻을
아는 사람은 지금 아무도 없다.
사람아 사람아,
젖어 있는 사람들아
그대들을 햇볕에 내어 말려 쓰거라.
끊임없이 살려 내거라.
놀고 있는 햇볕이 스스로
제가 아깝다 아깝다 한다.
끊임없이 뭔가를 살려내는
버릴것 없는 열매 살려내는 햇볕.
해지기전 놀고 있는 햇볕이
스스로 아깝다 아깝다 하기전에
잠시 햇볕에 말리러 나왔어요.
너무 졸린 시간.
커피한잔이 이 졸음으로부터
끊임없이 나를 살려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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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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